Scrap/Book2008. 3. 21. 09:51

언어는 사유를 복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해체되었다가 사유에 의해 다시 결합될 때 비로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마치 발자국이 몸의 움직임과 노력을 반영하듯, 언어는 사유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기성 언어의 경험적 활용과 창조적 사용은 구별해야 한다. 경험적인 활용은 창조적 사용의 결과일 뿐이다. 경험적인 언어로서의 파롤─즉 이미 확립된 기호를 적절히 동원한 파롤─은 진정한 언어의 입장에서 보면 파롤이 아니다. 말라르메Stéphane mallaremé가 말한 것처럼, 그러한 파롤은 손안에 얌전히 놓여 있는 못 쓰게 된 동전과도 같다. 이에 반해 참다운 파롤은 무엇인가를 의미해서 결국 '꽃다발에 부재한 것L’absente de tous bouquets'을 현전하게 함으로써 사물 속에 갇혀 있는 의미가 드러나도록 해준다.


(중략)


우리에게 '베르메르Jan Vermeer의 작품'으로 보이게 해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베르메르라는 사람의 손에서 채색된 캔버스가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림의 각 구성 요소들이 마치 백 개의 나침반 면 위에 있는 백 개의 바늘처럼 똑같은 간극을 표시하는 등가물의 법칙을 준수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그림이 베르메르의 랑그로 말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중략)

도서관이 무엇보다 한 인간의 제스처였던 저술들을 일개 '메시지'로 변형시켰다던 사르트르의 말처럼, 박물관은 회화의 열정을 질식시키고 있다. 그것은 곧 죽음의 역사성인 것이다.


───Maurice Merleau-Ponty
Le langage indirect et les voix du silence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3. 21. 08:28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Je pense où je ne suis pas et je suis où je ne pense pas»





Jacques Lacan.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3. 21. 08:18

글쓰기ÉCRIRE. 한 편의 '창작물'(특히 글쓰기)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욕망이 야기하는 속임수, 갈등, 막다른 길.



3. 나는 '내 자신에 대해 글로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에 대해 글을 쓸지도 모르는 이 나는 누구일까? 글쓰기 안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글쓰기는 그를 움츠리게 하며, 쓸모 없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점진적인 하락이 일어나고, 그 사람의 이미지마저도 조금씩 거기 연루되어(무엇인가에 '대해' 쓴다는 것은 곧 그것을 시대에 뒤지게 하는 것이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라는 혐오감어린 결론만을 낳게 한다. 이렇듯 사랑의 글쓰기를 봉쇄하는 것은 표현성에 대한 환상이다. 작가인 나, 또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나는 언어의 '효과'에 대해 계속 잘못 생각한다. 나는 '고통'이란 말이 그 어떤 고통도 표현하지 못하며, 따라서 그 말을 사용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짜증나게 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우스꽝스럽다고까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그러므로 누군가 내게 자신의 '진지함(sincérité)'을 매장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언제나 뒤를 돌아다보지 말라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상기할 것).  (후략)


5.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쓰지 않으며, 내가 쓰려고 하는 것이 결코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받게 하지 않으며, 글쓰기는 그 어떤 것도 보상하거나 승화하지 않으며, 글쓰기는 당신이 없는 바로 그곳에(là où tu n’es pas)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곧 글쓰기의 시작이다.


Rorand Barthes
Fragments d'un discours amoureux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3. 10. 09:56
j'ai mal à l'autre.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Rorand Barthes
Fragments d'un discours amoureux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3. 6. 19:40


진실은 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인식될 수 없다.
그것을 인식하려고 하는 자는 분명 거짓을 행하는 것이다.


Wahrheit ist unteilbar, kann sich also selbst nicht erkenne;
wer sie erkenne will, mu
ß Lüge sien.

-F. Kafka



 


Betrachtungen über Sünde,Leid, Hoffnung
und den wahren Weg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2. 13. 15:26

……원형들 가운데 더러는 유토피아의 행위를 낳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들은 몇 가지의 진정한 원형들로서 흔히 낭만주의 속에 내재한 반동적 <공상주의Utopismus>와는 다르다.……이를테면 유토피아는 낭만주의 문학과 철학의 분야에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거대한 문체 속에서 찬란한 힘을 발휘하지 않는가? 바로 이러한 부분적인 원형들은 유토피아의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완전히 작업을 끝내지 않은 무엇, 상대적으로 지나쳐 버리지 않은 무엇 그리고 아직도 유효한 무엇이 원형들 주위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모든 원형들이 결국에는 고대적 경험에 대한 응축된 상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원형들 속에서 어떤 씨알이 언제나 출현하여, 원형들의 기존허는 의미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원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원형들은 역사 속에서 비로소 신선하게 유토피아의 사고를 잉태한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원형의 변형된 기능이며, <고대의 특징 속에서 고립되어 있던 희망에 대한 과감한 해방>과 다름이 없다.

만약에 원형적 요소가 전적으로 퇴행적이라면 어떻게 될까? 유토피아가 원형을 추적하려 하는 반면에, 전형이 전혀 유토피아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고대의 상징을 동원하여 앞으로 향하는, 빛을 밝혀 주어야 하는 문학 작품은 도저히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판타지는 오로지 퇴행성만 지니게 되리라. 앞으로 향하는 특성을 지닌 판타지는 고대 신화의 상상에서 유래하는 모든 상(像)들, 알레고리 그리고 상징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것은 자신을 위해 다만 실제적 현실에 대한 지적 관심사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한 판타지는 꿈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자신과 위배될지도 모른다.

……

유토피아의 창조적 기능은 과거의 노쇠하지 않은 무엇에서도 어떤 상들을 끌어당긴다. 적어도 그러한 상들이 스스로 내재한 모든 궤도에도 불구하고, 이중적인 의미에서 미래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유토피아의 창조적 기능은 아직 존재한 바 있었던 무엇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러한 상들을 태양의 출현으로써 유용하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그것은 자체에 해당하는 문화적 과잉을 발견할 뿐 아니라, 또한 원형의 이중적 심층부에서 자신과 관련되는 어떤 요소를 되찾아낸다. 이는 고대 속에 저장된, <아직 의식되지 않은 무엇> 내지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않은 무엇>에 관한 선취임에 분명하다.

원형에 관한 어떤 변증법 자체에 관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비유할 수 있다. 즉 해면 속에 깊이 내려앉은 어떤 닻은 동시에 희암의 닻이라고 말이다. 가라앉은 무엇은 어디론가 출범하는 배의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중적 실체로 표현된 동일한 요소는 유토피아를 가능하게 하며, 스스로를 보여줌으로써 결국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

문제는 그러한 원형들이 오로지 유토피아의 기능에 의해서만 분명하게 밝혀진다는 사실이다. 원형들은 언제나 인류의 역사 속에 가까이 실존하고 있다. 그것들은 문자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무엇이기 때문에, 유토피아의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간명한 유물들이라고나 할까. 유토피아의 기능은 과거에서, 반작용으로부터 그리고 또한 신화에서 자신의 부분을 추출해 낸다. 모든 변형적 기능은 그런 식으로 발생하여, 아직 효력이 남아 있는, 원형의 변화된 면모를 인식시켜 준다.



Grundlegung ㅡ Das Antizipierende Bewusstsein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2. 13. 15:09
최악의 건물로 지목된 세 가지 건축 유형에는 '비인간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건물을 짓는 목적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분명히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합리적인 동시에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김정후 「유럽건축 뒤집어보기」 中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오. 쾰른 성당을 보면서, 좀 괴기스럽다는 느낌이었는데, '유럽건축 뒤집어보기'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ㅎ_ㅎ

    2009.07.17 01: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옷, 그런가요- 사진이라도 찾아봐야겠어요-.
      이 책은 별로 어렵지도 않게 잘 쓰여진 책 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탓에 어느 정도는 아쉬움도 있지만요. 그래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한 책이랍니다 :)

      2009.07.17 05:44 신고 [ ADDR : EDIT/ DEL ]

Scrap/Book2008. 2. 13. 05:30
희망은 동물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문명이나 사회의 진보가 말살하려 할수록 더욱더 끈덕지게 인간의 가슴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원초적인 마약이자, 신이 인간에게 감질나게 주었다 빼앗아버린 순수한 낙원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좌절이나 절망이나 낙담보다 훨씬 강력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경험의 세계라는 나락으로 한번 떨어져본 인간에게, 그 순수의 기억은 신의 권능과 맞먹을 만큼의 신성함을 제공합니다.


- 윤이형 「셋을 위한 왈츠」 中, 판도라의 여름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2. 13. 03:39
진실과 선은 별개다. 함께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판단 기준을 세워놓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실과 선 가운데서 판단을 내리는 우리의 이성은, 기억이라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뼈대 위에 세워진다.……혜안은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던 자신의 사촌 동생이 울고 소리치고 온몸을 떨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너도 사실은 아팠겠지, 하는 남모를 위안을 얻고 싶었던 것일가. 혜안과 나는 서로를 이상한 청동 거울처럼 이용하는 사악한 흑마법사들에 불과했을까. 붙들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한 번도 우리에게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이들을 거울 위에 불러내, 목소리로 혹은 온몸으로 그 얼굴 위에 날비린내 나는 것들을 퍼붓는.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결코 치유 따위의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시큼하고도 유쾌한 위안이었고 먹기 싫은 쓴 약을 삼키는 가장 달콤한 방식이었다고. 하지만 입을 벌리고 있어도 그런 말은 결코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소리치는 건 그렇게도 쉬웠는데.


- 윤이형 「셋을 위한 왈츠」 中, 절규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ap/Book2008. 2. 3. 22: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John Everett Millais, Ophelia



ACT 4. sc. 5
OPHELIA、199-201, 204-209 , 223-224


There's Rosemary
that's for rememberance
Pray you, Love, remember
And there is pansies
that's for thoughts



There's fennel for you, and columbines
There's rue for you, and here's some for me;
We may call it herb of grace o'Sundays
You <must> wear your rue with a difference
There's Daisy
I Would give you some violets
but they withered all when my father died
They say he made a good end



And of all Christians' soul, <I pray God.>
God be wi' you

Posted by Lynn*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