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近況2010.05.27 22:42
나태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거듭하다보면 문득 삶에 대한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엄밀히 말하자면 욕구도 욕망도 삶에 대한 미련도, 모든 것들이 겨우 바닥에 깔릴 정도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 육안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밖엔 남아있지 않은 내 일상 속에서 뒤를 돌아보며 한 줌 생각이 들었다.

난 참 그릇이 작구나,

라는.
허세를 부려보아도, 과장되게 행동해보아도 결국 내 그릇의 크기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릇이 크지 않더라도, 넘치는 삶을 살지는 못해도 결코 부족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나의 삶은 무척 밀도가 낮다. 강철 비늘을 갖고 싶었다. 은색으로, 생명력으로 강하게 반짝거리는 강철 비늘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지표를 상실한 내게 남은 것은 강철 비늘이라는 환상 뿐이다. 곧 내 자신에 환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살지도 않고 다 산 것처럼 이렇게 쓰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우습다. 어째서 난 내 자신에서부터도 유리되어가는가. 어째서 난 내 삶의 방관자가 되어가는가. 어째서 난 열정도 꿈도 욕망하는 것도 없이 이렇게 유약하고 투명한 삶을 살고 있는가.

결국 요점은 이것이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난 변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내 자신을 조금 더 아낄 줄 알았더라면, 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줄 알았더라면 지금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세상은 아름답고, 찬란하다. 동시에 추하고 더럽다.
-고 느낀다.

어서 나도 방향을 잡고 싶다. 강철 비늘을 몸에 두르고 강한 생명력으로 우뚝 솟아 찬란하게 빛나고 싶다. 나를 긍정해준 사람들을 저버릴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난 나에게 속한 동시에 타인에게도 속한 것이니까. 내 인생을 찬란하게 빛날 수 있게 해 준 사람들을 온전히 품고 가고 싶다. 아름답게,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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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k Satie.
Gymnopédie No.1
Lent et Doloreux
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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