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近況2009.02.13 18:21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 수업시간에 본 영화 탓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럴 리가 없죠. 아무리 그렇게 우울하고 담담한 영화라지만. 그럴 리는 없으니까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잘 지나가네요.


이젠 제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잘데 없는 생각과 독을 풀어놓는다고 바뀌는 건 없죠. 텅 빈 머리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이건 부딪히는게 아니라 부서지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당랑거차(蟷螂拒車). 바퀴가 움찔거릴 때 마다 전 뒤로 한 발 한 발 물러섭니다만,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면 전 죽겠죠. 피하지 못한다면. 피할 수는 있을까요. 사실 어느 쪽이 바퀴의 진행방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늠할 수가 없네요.

부족한 것 하나 없이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생각 뿐인가 봅니다. 아니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욕이 사라지고 만 것일까요. 사실 후자가 훨씬 설득력이 있네요. 암중모색(暗中模索). 어둠에 약한 눈 입니다만 마찬가지로 빛에도 약한 눈입니다. 어둠에 잡아먹히든 빛에 잡아먹히든 안 보이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어느 쪽이더라도 완전한 절망이 될 수 있겠네요.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눈앞이 캄캄해 지는 것과 머리 속이 새하얘 지는 것이 피차일반이라는 사실이지요. 그러니까 절망은 극과 극의 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쓸 데 없는 사색을 하는 버릇을 버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군요. 뭔가를 읽어도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나날입니다. 누가 자꾸 제 뒤통수 두개골을 열고 뇌를 잡아 끄는 것 같네요. 요샌 편두통도 약을 먹은 잠시 뿐, 절 어찌나 사랑해주시는지.

양자택일의 질문 앞에 망연히 서 있는 기분입니다. 둘의 상관성을 찾을 수도 없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둘의 가치가 제가 가늠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기 때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는데, 대답을 강요받는 기분입니다. 이를테면, 너는 능지처참을 당하겠느냐 태형을 당하겠느냐, 둘 중에 하나를 골라라. 그러지 않으면 둘 다 당하게 될 터이다. 뭐 이런 질문이네요. 쉽지 않죠?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대답하지 않을 경우엔 둘 다 당한다는 사실이죠. 그 외의 선택권은 없음, 뭐 이런거네요. 총살이냐 교수형이냐 뭐 이런거면 별로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오겠는데 말이죠...

아 그렇다고 제가 죽을 죄를 졌다는 건 아니구요.
제가 마주한 질문을 여기에 적기가 좀 그래서, 비유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죄다 죽는 것에 연관이 되어버렸네요. 내심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 고 생각하고 있었나봅니다. 그 정도는 아녔던 것 같은데...


집에 있을 한중일 한시 100선 책이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넵. 저 좀 사찰에 가고 싶네요.

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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