雑想/作2009.02.18 04:12
"무슨 생각 해?"
"...아무것도."

"..."

정적. 예전 같았으면 참을 수 없을 고요함. 어느 순간 부터인지, 말을 아끼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적을 메우는 신문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고양이의 나른한 골골거리는 소리, 커피 메이커가 내는 보글보글거리는 숨소리, 시계 초침 소리...께느른하고 화창한 토요일 오후.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신문을 읽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예쁘다, 고 생각한다. 저 사람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어도 예쁘다고 생각한다.

"...커피, 마실거지?"
"응.."

고양이의 털은 부드럽다. 식탁의 볕 잘 드는 자리에 누워 골골거리며 졸고있는 녀석의 따뜻한 배에 손을 대고 작게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는 것을 느낀다. 보드랍다. 따뜻하고 보드랍다.

"..."
"..."
"후회하고 있어?"
"...글쎄."

잘 모르겠다. 후회 하고 있는 걸까. 사실 후회랄 것도 없는데, 더 이상은. 왠지 나만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서 후회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으니까 적어도 후회는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않아...?"
"...어, 미안, 뭐라고 그랬어?"
"아무렇지도 않아?"
"글쎄. 그럴지도."

따뜻하다. 뭐라도, 이 공간에 있는 것은 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기울어가는 가을 햇살도, 고양이도, 커피도...그리고 저 사람도.

"성장통이라고 생각해."
"그러게."

피식, 하고 웃는다. 저 사람의 담담하고 무신경한 어조가 마치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세계, 그리고 다른 공간에서 울리는 말 같다.

"...꽃이 다 시들었는데, 새로 사다가 꽂을까?"
"그러게. 물 주는 걸 잊어버렸네. 이거 다 마시고 산책 겸 나갔다오자."
"그래, 그러자."

...깊은 상처는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시든 꽃을 내다 버리고 새로 갖다 꽂는 것 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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