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ingual.
어떻게 구분을 짓느냐에 따라서 나도 그 안에 포함되거나, 포함되지 않거나.
나는 Bilingual과 Monolingual의 경계 그 즈음에 서 있다.


----------------Edited on 24/10-2008
One group of academics argues for the maximal definition which means that speakers are as native-like in one language as they are in others and have as much knowledge of and control over one language as they have of the others.

Another group of academics argues for the minimal definition, based on use. Tourists, who successfully communicate phrases and ideas while not fluent in a language, may be seen as bilingual according to this group.

Wikipedia 따름.
더 상세한 설명은 상기 주소에 가면 볼 수 있을 듯...

Bilingual, 혹여는 Multilingual 이라는 것에 관해서 조금 생각을 해 보았다. 이상할 정도로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는 논의거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사회에 있어서의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약 20명 정도가 같이 있는 그룹 내에서도, 대여섯명이 혼혈이다. 1/2 혼혈이든 1/4 혼혈이든. 그들 모두가 다 bilingual은 아니다. 물론 스웨덴어/영어 이외의 다른 쪽 언어를 들었을 때 이해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발화는 이해 수준에 못 미칠 뿐더러 머리 속에 들어 있는 reference의 양도 현저히 차이가 난다, 고 말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언어를 배우는 데에 있어 intrinsic motivation, 즉 '언어가 언어이기 때문에 순수한 호기심에 의해서 공부를 한다'는 게 가장 큰 동기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어를 제외하고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 등등은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물론, 배워서 해악이 될 것은 단 하나도 없달까. 문화에 관심을 갖기 전에 단순히 '차이'라는 매력에 끌려 공부를 시작했고, 물론 그 덕택에 문화에 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보다 방대한 자료에 접근이 용이해 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서커스'에 관해 나와 있는 영문 자료는 많지 않지만 (주로) 프랑스어로 된 자료는 영문 자료보다 훨씬 많다. 이 경우, 프랑스어를 알고 있는 나에게는 분명히 이득이 된다.

언어학 세미나 수업 중 토론을 하는데 'bilingual background'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결코 bilingual background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았고, 한국에서 자랐으며, 언어를 습득하는데 결정적인 전환점인 12살이 넘어가도록 해외에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렇게 따지자면 나는 bilingual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보다 다수가 일반적으로 동의하듯 'L1과 L2가 동등한 강세를 가지고 있고 막힘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 라고 정의를 한다면, 나는 한국어/일본어의 bilingual이다.
저 영문 정의의 두 번째 정의에 따르자면, multilingual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국어/일본어/영어)

일반적으로 12살을 기준으로 언어의 습득에 있어 그 완벽성을 가른다고들 하는데, 일본어는 그 기준보다 어릴 때 시작했고 (지금 근 10년이 되어가니까), 나는 나의 소위 말하는 사춘기 전후 시절 약 6년간을 일본어를 비롯한 일본 문화에 헌납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덕택에 나는 일본어가 되었든 한국어가 되었든 큰 불편없이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때로는 일본어로 내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단어마다 담고 있는 그 무게나 비중이 제각기 미묘하게 다른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결코 '완벽한' 번역이라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도)

L1/L2 acquisition에 관한 강의가 얼마 전에 있었다. 그리고 그 날 학교에서 T-Centralen까지 (södra huset E동에서 걸어나오면서부터) 약 40분 정도 클라스메이트(친구라고 믿고 싶은 아이)와 bilingual에 관해서, 그리고 L1/L2 acquisition에 관한 이야기를 더 했었다. 그 아이는 스웨덴아이이고, 스웨덴어가 모국어이다. 나는 한국아이이고, 한국어가 모국어이다. 그 아이는 스웨덴어와 영어를 제외하고 독일어와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알고, 나는 한국어와 영어를 제외하고 일본어가 한국어와 동일한 수준이며, 그 외로 implicit language skill을 구사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프랑스어/스웨덴어가 있다.
우리가 "Weird Thought"라고 말했던 그 것은 '모국어가 아닌 L2로 사고하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가끔 영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아는데 스웨덴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는 단어들이 있고, 학교에서는 거의 영어를 쓰고 (수업 중에 교실에서 스웨덴어로 말하는 것은 금기시 되고 있다. 영어 과인지라) 듣는 노래들도, 보는 영화들도 거의 영어이기 때문에 가끔은 학교가 파하고도 영어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해서 심지어, 버스를 타서 운전수와 인사를 할 때 'hej' 와 'hi'의 중간 즈음에 어중간하게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그 친구보다는 좀 낫다고 생각을 한다. 적어도 일본어로 사고하고 있다고 해서 일본어 이외의 언어로 말을 걸어왔을 때 일본어로 대답하는 일은 이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니까. 예전에 일본어에 내 인생을 헌납했던 그 시기에는 '억지로' 일본어로 사고를 하고 일본어로 기록을 했으며, 심지어는 감탄사 등등도 일본어로 하려고 아주 '발악'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민망하기 그지 없다만 그 덕택에 일본어 수준이 한국어와 동등하게 된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 곳에서 살면서 내가 발화시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 한국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상은, 한국어 발화 상황은 좀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스웨덴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니 (거의 비참할 정도의 수준으로 못한다) 의사소통은 영어로 할 수 밖에 없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러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스웨덴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아주아주 우스꽝스러운 interlanguage 발화 상황도 발생하지만, 그건 예외로 하고라도.
그렇지만 역시 soliloquy의 의미로 독백 겸 사고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 재미있는 점은 물론 사고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하지만 손으로 쓰고 있는 언어는 영어와 스웨덴어라는 사실. (넷 상에 쓰는 글을 제외하고 손으로 쓰는 글들)
영어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영어로 사고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고, 결과적으로 영어식 표현 (소위 말하는 번역투)의 사용과 갑작스레 한국어가 생각나지 않는 불의의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간섭 현상'은 보통 다수의 L2를 동시에 학습할 때 빈번하게 발생하며, 때로는 한 종류의 L2를 학습하는 초기에 발생한다. 간섭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직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들 말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사고의 연장에서 보았을 때, 과연 간섭 현상이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했을 때 나타난다고만 할 수 있을까? 'Tip of tongue phenomena'를 고려해 보았을 때, monolingual이라도 특정 단어가 갑작스레 생각나지 않아서 '오류'를 범하고는 하지 않는가. 물론 그것은 한 종류의 언어이기 때문에 '간섭'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박을 받겠지만.

다시 언어학 세미나 이야기로 돌아가서, 토론 주제 중에 'L1이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가? bilingual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라는 것이 있었다. L1은 물론 나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내가 약 20년간을 살았던 나라이고 그 문화에서 자랐으며, 그 언어를 물려받았으니까. 그렇지만 일본어를 생각해 보면, 소위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사춘기 전후시기를 일본 문화에 쏟아부었으며, 일본어로 사고를 했었기 때문에, '일본적'인 것도 나의 정체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일본어를 공부할 때 다만 언어만 공부했던 것이 아니니까. 사회적 현상과 이슈, 그리고 인류문화학적인 면까지도 한국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한국보다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했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가 발끈해서 친일파냐, 라고 말하겠지만 말은 해야겠다. 나는 '향수병'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아서 그게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게 있어서 '집처럼 편한 곳'의 정도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역사 적인 부분이나 정치적인 부분과 같이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생활에 있어서의 안락함'을 따지자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내 기준으로는 재정적인 안정만 보장이 된다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스웨덴이나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나 다름이 없으니까.
내가 만일 그 시기에 일본 문화가 아니라 다른 언어권 문화에 심취해 있었더라면, 지금 내가 일본에 대해서 품는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그 언어권에 품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지만, 단지 '수단'일 뿐만이 아니라고,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절실하게 느낀다. 언어는 '수단' 을 넘어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고, 언어를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Bilingual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누가 보기에는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고 있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것이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모든 경우에 '절대적'인 기준을 들이댈 수는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상대화도 좋지 않지만,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획일화'도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bilingual은 일종의 교량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와 그 언어 속에 들어있는 단순한 '언어'를 넘어선 그 무언가를 알고, 이해하고 교감하며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다리'라고.

바벨탑이 무너져서 참 다행이다.

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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