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oetry2008.07.03 00:16
맹세코 나는 그녀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내가 죽을 때 그녀를 마리아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시인의 변덕 때문이 아니라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마을의 광장 같은 분위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나는 허수아비였고
그녀는 늘 창백하고 어두운 표정이었죠.
고등학교 시절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날 오후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죠.
아무튼 그 소식이 내게는 큰 충격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눈물을 다 흘렸으니까요.
그래, 눈물이었어요! 눈물!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내 진면목이었죠.
그녀가 죽으면서 눈동자에 내 이름을 간직했다는
사실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기로 했습니다.
그 사실은 무척 나를 놀라게 했죠. 외내하면
내게 그녀는 친구 외에 다름아니었으니까요.
단순한 의례적 관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별 의미 없는 대화와 대화들
제비들처럼 나누었던 이런 저런 잡담들.
나는 그녀를 고향에서 알게 되었죠 (고향이
내게 남겨 준 것은 한 줌의 재밖에 없지만)
꽤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운명이 보이더군요.
그런 것들이 나로 하여금 그녀를
마리아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부르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한 번인가 그녀와 키스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여자 친구와 키스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것을 했으니까요.
그녀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좋아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것은 마치 집에서 키우는
꽃에 혼을 불어넣는 그런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미소가 지녔던 어떤 의미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돌멩이조차 감격시켰던
그녀의 부드러움을 잊을 수는 없겠지요.
밤이 되면 그녀의 눈은
믿을 만한 샘물이 되곤 했지요.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사연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밝혀 두어야 할 것은 나는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며
어떤 환자에게 향하는
알 수 없는 막연한 감정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를 뜨겁게 하는 것은
한 여인이 그 눈동자에 내 이름을
떠올리며 죽어 갔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티없는 장미이며
진정한 등불입니다.
사람들이 밤낮으로 이렇게
불평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멈춰 버린 바퀴보다도 못하다고.
하나의 무덤이 더 명예로울지도 모른다고.
곰팡이가 잔뜩 낀 낙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그 어느것도 진리가 아니며, 이곳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유리의 색깔처럼


오늘은 푸른 봄날입니다.
내가 죽을 때는 시를 쓰고 있거나
우수에 잠긴 그녀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름조차도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도망다니는 비둘기처럼
그녀는 이 세상을 빠져 나갔죠.
그리고 이 세상에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천천히 그녀를 잊어 가겠지요.


Posted by Ly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