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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0 Fragment
雑想/作2008.12.10 07:41
분노를 가눌 길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분노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나는 황망했다. 황폐하고 피폐한 마음에 분노가 일었다. 현기증을 동반한 그 분노는 마치 사막에 놓은 불 같았다. 삽시간에 현기증에 정신을 잃었다. 앞이 팽 돌았다. 서 있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쓰러질 것 같아 벽에 몸을 뉘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 나는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잡음에 화가 났다. 너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지껄이는거니, 너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니, 하고 묻고 싶은 걸 간신히 억누른다. 혀가 묶인듯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현기증에 지배당한 나는 전의를 상실한다. 입을 다물고 묵묵히 듣기만 한다. 무어라 내가 답할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상대방은 무어라 재잘댄다. 지독하게 시끄럽다고 생각한다. 왠지 끊지도 못하고 붙잡고 있는 나도 한심하지만, 끊을 타이밍을 미묘하게 놓친다. 아무래도 현기증때문에 제대로 사고할 수 없는 탓이라고, 나는 그렇게 치부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걸까, 지금 날 죽이려고 하는 말일까 복잡한 생각이 교차한다. 이유를 알 수 없다. 대체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붙잡고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나를 붙잡고 이러고 있나, 내가 배수구냐...? 하는 마음이 울컥 솟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괜히 시비를 걸고싶지 않았다. 내 기력을 소모할 정도로 값어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냥 묵묵히 있는다. 지겹다, 고 생각한다. 지독하게 더운 여름날 매미소리를 줄창 듣고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제발, 일말의 배려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제발 부탁이니 닥치고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둬, 라고 마음 속으로 수천 번 곱씹는다. ...상대를 잘못 택했다. 그런 눈곱만큼의 배려심이 있더라면, 그렇게 쓸데없는 악담따위 애초부터 늘어놓을리 없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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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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