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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近況2008.07.25 01:16
오늘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사실 수족관은 어제(23일) 가려고 했지만, 도서관 알바생들을 데리고 갑자기 회식자리를 마련하신 관장님 덕택에 하루 미루었다. 폭우가 내렸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수족관을 가기로 했다. 나의 '오늘',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는 '지금당장'이 아니면 다시 언제 가능할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 이상 미룰 수가 없다.

3시경 일을 정리하고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폭우. 수족관은 코엑스에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가야만 한다. 외대앞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설동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서 성수까지 간 다음에 성수에서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타서 삼성역 5/6번 출구 쪽으로 나가면, 코엑스다.

2호선을 타고 한강을 넘어갈 때를 무척 좋아한다. 넓은 강을 보고 있는 게 좋으니까. 근래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한강 물이 많이 불어난 것 같았다. 항상 볼 때 마다 생각하지만, 한강은─강이라기 보다는 콘크리트를 쏟아부어놓은 것 같은, 단단한 느낌이다. 날까지 흐려 반짝이는 햇살조차 없으니, 완전히 콘크리트 바닥같은 한강을 바라보며 삼성역까지 도착했다.

걸어가서 수족관에 갔는데─원래 성인이 15,500원 이었나. 500원이 오른 것 같은 느낌이 괜히 들었는데, 그런가 아닌가 잘 모르겠다. 연례행사로 수족관에 가니 알 수가 있나. 그러고보니 올해는 2월, 일본에 갔을 때 카이유우칸에 다녀온지라, 두 계절에 한번 꼴이지만 말이다.

들어가서 슥슥슥 보다가, 가장 좋아하는 해저터널을 두 바퀴 돌았다. 처음 돌 때 상어를 보면서 혓바닥이 있을까 무척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앞에 지나가던 상어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더라. (사실 상어가 하품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별로 할 것 같지도 않지만─인간인 내 시점에서 보았을 때는 하품하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상어는 혓바닥이 없더라. 해저터널 위로 날아가는 상어들을 보면서 저 앙다문 입 안에도 둥글 도톰한 혀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언젠가는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혀를 만져보았으면 하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내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상어의 도톰하고 몽글몽글한 혀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퍼뜩 든 생각이, '아아 상어도 별 수 없는 생선이로군.' 그리고 나는 신선한 쇼크를 받았다. 상어, 실망이야.

수족관의 큰 수조에 들어있는 커다란 거북이가 물 속에서 지느러미를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것도 보고, 가오리 두 분이 교미철인지 무척 사이가 좋아보이게 부비적거리기도 하고 같이 파닥거리며 물 속을 유영하는 것도 보았다. (사실 가오리 두 분이 싸우는 건지 교미철인지는 알 수 없으니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쓰련다) 그러고 보면 카이유우칸에 갔을 때, 구석진 곳에 있던 대형 가오리 수조에서 가오리가 배변하는 것을 정말 우연히 목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그 구석진 수조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유영하는 가오리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우왓, 똥쌌다!! 엄마 저거봐!!" 이러고 옆에 있던 엄마를 요란스레 부르던 통에─요란스러워 봤자 소리 별로 크지도 않았다만─우연히 보았달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오리는 분뇨를 발사(…)한다.

한참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요새 수족관에 가고 싶어서 몸이 안달이 났기 때문인데─한결 나아졌다. 카이유우칸에 다녀오고 나니 코엑스의 수족관이 무척 작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하기사, 카이유우칸이 크기는 크지…….

코엑스 수족관이 내부를 좀 개조했는지, 전에 내가 갔을 때는 휑뎅그레하던 곳이 뭔가 알 수 없는 초록색으로 범벅이 되어 있더라. (벽이……쇼크받았다.)

그건 그렇고……코엑스 수족관은 종합수족관(?)을 지향하는지, 박쥐도 모자라 전갈/거미까지 들여놓았더라. 전갈하고 거미는 키워서 밥으로 쓰나? (농담) 그런 곤충, 포유류……어 정정. 벌레, 포유류, ……(전갈은 뭐지) 등을 들여놓을 바에야 어류를 좀 늘렸으면 좋겠다 싶은 바람. 코엑스 수족관은 안에 볼 거리에 비해서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다……항상 돈 내고 들어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뭔가 농락당한 기분.


뜬금없지만, 해저터널에서 상어들을 보면서 든 생각. 저 애들이 입은 상처─정확히는 흉터들은, 어떻게 생긴걸까. 설마 사람들이 포획할 때 생긴 상처는 아니겠지. 아니었으면 좋겠다. 수족관에서 어류들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항상 흉터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억지로 잡혀 들어와 있는 것도 억울할 것 같은데, 그 포획시에 상처를 입은 것이라면 미안하기 그지 없는데 말이다.


약 다섯달 만에 다시 방문한 수족관. 그래도 한국에서는 가장 좋은 수족관인 셈인데 말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연례행사로 항상 코엑스를 방문하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누누히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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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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