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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近況2008.03.02 16:23
2월 29일

자정이 넘었으니, 29일의 일로 기록을 한다.

Z를 만났다. Z가 바빠서 Z의 시간에 맞추어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난게 00시 10분. 그래서 학교 앞에서 만나서 일본에서 사온 선물을 건네주었다.

사실 일본 체류중에 Z의 선물을 사다주어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부탁한 사람들 이외에는 선물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24일, 난바なんば에 갔다가 친구를 만나 신사이바시스지心斎橋筋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아르바이트가 있기에 먼저 보내고 혼자 휘휘 둘러보며 어디에 가면 일본 술을 살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던차에 눈에 띄는 가게가 센나리야千成屋였다. 가서 아버지 드릴 술을 한 병 사고, 친구의 부탁으로 술을 한 병 더 샀다. 카운터 뒤쪽에 수입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블렉스톤이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 곳에서 블렉스톤 체리 2갑도 샀다. 가방을 왼쪽으로 메고 있기에 왼쪽으로 시선을 떨구는데 딱 보이는게, 찰리와 쵸콜렛공장(팀 버튼 감독 작)에 나오는 쵸콜렛이 아닌가. 위쪽에 딱 Wonka 라고 쓰여 있었다. 보는 순간, 일본으로 떠나기 며칠 전 만났던 Z가 어린아이말투로 '먹고싶어요 ㅠㅠ'라고 했기에, 딱 Z 생각이 나서 집어들었다. 가격은 492엔. 생각한 정도의 가격이라 망설임없이 사버렸다(사실 대전 살 때, 학원 다니면서 둔산동 겔러리아백화점에서 5000원짜리 쵸콜렛을 하루가 멀다하고 사먹은걸 생각하면……).

귀국하고 시간이 서로 잘 안 맞아서 결국 29일 자정에 보자 약속을 했던 것이다. Z가 우리 학교 앞까지 온다 하여 그러라 하고 학교 정문 앞에서 사왔던 블렉스톤을 한 대 피고서 추워서 벽에 기대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자니 어디서 '안녕하세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Z가 있었다. 문득 27일 자정경에 Z에게 블렉스톤 체리 갑 사진을 찍어서 'Z, 이거 피워본 적 있어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나서, Z에게 한 대 주었다. Z가 잠시 피우더니 '이거 별로 안 센거 같은데요? 한 9, 10 정도?' 이래서 깜짝놀랐는데, 사실 나도 처음 피웠을 때는 그 정도보다 약하게 느꼈기 때문에 별 말 않고 있었다(시가라면서 뭐가 이리 약해?! 라고 느꼈던게 나의 본심/거의 다 피웠을 때 즈음에는 시가 맞구나 라고 생각했다/꽤 독했다). Z에게 그리하여 선물 이야기를 꺼냈다. 뭔지 맞추어 보라니까 못 맞추어서, 나는 속으로 '이 사람이 진짜 모르는거야, 아님 장난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그리하여 선물을 줄 때 '절대 웃지 말아요, 웃으면 안돼요.' 라고 말하고 가방에서 꺼내서 주었는데 보자마자 웃는다. '웃지 말라니까요, 왜 웃어요?'라고 주는 나도 스스로 우스워서 실실거리며 묻자, '아뇨, 고마워서요'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이유없이 너무 웃겨서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 숙이고 깔깔 웃었다. 사실 내가 Z였어도 그런 선물을 받으면 웃음이 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무튼 그러고나서 Z가 집까지 바래다 준다 하여 신호등을 건너서 걷고 있었다. 우리은행 앞 쪽을 지날때 블렉스톤을 2/3정도 피운 Z 왈, '이거 꽤 센데요?'. 나의 대답 '당연하죠, 그거 제가 원래 피우는 것 보다 훨씬 독하던데.'-'원래는 뭐 피우는데요?'-'말보로.'-'나도 종종 말보로 레드 피는데요?(Z는 내가 볼 때 항상 팔리아먼트 라이트를 피고 있었는데.)'-'지금 Z가 피우는거 리틀 시가인데(爆笑).' 이런 얘기를 하며 집에 당도. 안녕히가시라 인사를 하고 올라왔다. 그러고나서 곧장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긴 했는데 아침에 있던 일은 공백.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기록에서 제외한다.


2월 29일 - 3월 1일

2월 29일에서 3월 1일까지 한일학생포럼의 MT가 있는 날이다. 나는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도착한다 하였기에 급하지 않게 슬렁 갔다. 사실, 나는 MT같은 것은 그다지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게임을 하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기에 별로 가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일본 갔을 때, 3월 1일에 배타고 들어올까하는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던 MT에 다녀왔다. 여독때문에 몸이 피로하여 제정신이 아니었다. 밤을 새고 3월 1일 새벽 4시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아침 일찍 깨버렸다. 한 7시 즈음. 일어나서 집에 가려 했는데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계속 소파에 붙어서 웅크리고 있다가 10시-11시 즈음 일어나 집에 귀가했다.


3월 1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을 잘까 하였는데 잤다가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계속 깨어있었다. 하는 것 없이 깨어있었다. 이상하게 몸이 얻어맞은 것 처럼 욱신거리고 힘들었다. 무얼할까 고민을 하다가 간만에 영화나 볼까하여 맥스무비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화 예매를 하려 휘휘 읽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얼핏 포스터를 보았던 '잠수종과 나비'를 내가 사랑하는 명동 CQN에서 상영중이란다. 시간을 보아하니 14시경의 표부터 예매를 할 수 있었는데, 도저히 낮에 나갔다가 낮에 들어올 엄두가 나지 아니하여 20시 30분표를 예매했다. 개봉 예정작도 한번 죽 읽어보고, 다음엔 무얼볼까 고민하며 낮시간을 보냈다.

5시 30분경이되어 밥을 해서 먹었다. 정말 단촐한 식단. 밥과 김. 사실 뭔가 살 엄두가 나지 않을 뿐더러, 계속 속이 편치 않았기때문에 최소한의 음식만을 섭취하려 했다. 슬렁 먹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E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스피커가 꺼져 있기에 켰는데, 이게 웬걸. 김광진의 '편지'가 나오는게 아닌가. 갑자기 최근 내내 먹먹했던 마음에 직격타를 맞아서 호읍號泣했다. 한동안 울다가 주섬주섬 정신을 주워담았다. 8시30분 영화를 보려면 나갈 준비를 해야지 않겠는가. 회기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탈 생각이었기에, 7시 조금 지나 집을 나섰다. 물론 외대앞에서 회기역까지 15분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내 기분은 도저히 15분만에 회기역까지 갈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휘청휘청거리면서 the GazettE의 紅蓮을 들었다.

CQN에서 영화를 보는것도 거의 3달 만이었다. 아니 어쩌면 3달이 더 되었을지 모른다. CQN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영화가 ONCE였으니. 그 이후에는 스폰지 하우스를 애용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관에서 울었던 기분을 달래려 핫쵸코를 사들고 마시다가 들어갔다. 극장에 들어가 앉아있노라니 이번엔 'what a wonderful world'가 나오는게 아닌가. '맙소사, 오늘 왜 이러는거지. 들려오는 노래마다 나를 울리려 작정을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게 앉아있다가 영화가 시작해서 다시 정신을 차렸다.

영화는 1997년에 발간된 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한다. ELLE 편집장의 이야기. 장 도미니크 보비의 이야기. 생각해보니, 난 이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어떤 매체(책인지 영상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를 보고 있다가 이 사람의 이야기가 언급된 적이 있던것이 생각났다. 그 때 왜 좀더 열심히 찾아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그 매체에서는 '눈을 깜빡여서 책도 썼다는데'라는 식의 말이 있었다. '아아 이 영화가 그 사람의 이야기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봤다. 영화는 인상적이었다. 내 기준으로 별 다섯개 주고 싶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데 마음이 옥죄듯이 아팠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원체 잘 우는 성격이 아니다) 그에 버금갈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 내가 잘 우는 사람이었더라면 분명 눈물을 뚝뚝 흘리지 않았을까. 언제나처럼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나서야 극장을 나섰다.

밖에 나오니 23시 30분 경. 명동 거리가 한산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조를 보러 갈 때의 한산함과는 사뭇 다른 밤의 명동이었다. 낮의 한산함이 께느른 한 것과 닮아 있다면 밤의 한산함은 단절의 이미지와 더 닮아있달까.


집에 오는 길에 나는 내 스스로 돌이켜도 부끄러울 정도로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두통에 시달리면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귀가하여 친구에게 스도쿠책을 건네 주었다. 그리고 12시가 넘어서, 3월 2일 새벽 1시 넘어 귀가했다. Z 때문에 살짝 마음이 좋지 않았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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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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