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IFF
1월 28일 월요일, E의 덕택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한 주현숙 감독의
[계속된다ㅡ미등록 이주 노동자 기록되다]를 보았다. 2004년도 작품이니 2008년 현재, 약간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처음 시작부분에서는 이주노동자에 관한 짤막한 자막이 올라가고,
주현숙 감독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다큐를 풀어나간다. 나레이션에 '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뉘앙스의ㅡ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말이 나온다. 사실, 나도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서이다. 그 한정된 통로로, 미디어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다큐는 이주노동자들의 곁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제작된 영상물이다. 나는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고, 어떻게 오해하고 있었는지 조금은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던져주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감상문을 쓰고자 하지만, 다분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 가려둔다.
또한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다. 너무 일방적인 것 아니냐 싶은 마음이 든다면, 편협한 글쓴이의 사고를 탓하길 바란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사정이 생겨서 취소되고 대신 '친구 사이'의 어떤 분(실례, 이름을 잊었다)이 나오셔서 차별금지법 개정에 대한 질의시간을 가졌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하는 다큐 감상.(클릭해 주세요)
(영문)제목은, 기록되지 않은 것이 기록되다ㅡ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해 이런 기록물이 없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이상의 감정을 넘어선 적이 없기에 이에 대해선 함구하기로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담담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선동적'이라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보고, 여러분도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이들과 함께 분노해달라'는 것 처럼 들렸다. 그렇지만 그 메시지 때문에 불편했던 것은 아니다. 확실히, 지금 이주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거리이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말에 있었다. '동지', '투쟁', 그리고 그들이 부르던 노래들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다큐멘터리에 기록된 사람들을 대부분 한국에서 5년이상, 많게는 10년 정도를 '불법체류자'라는 호칭을 붙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중간에도 나오듯이 처음에는 관심있는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정부에 청원을 하고 탄원을 하는 등의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들 스스로의 단체를 만들면서 자주적인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단체가 이제는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들의 이권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단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층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의이든 외부의 영향이든, 처음 한국인들에게 받은 영향을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그들이 운동에 나서서 그들의 권리를 외칠 때 쓰는 말이 '투쟁'이라는 말에 놀랐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는 장면을 볼 때는 머리가 지끈했다. (나의 사고 안에서는) 다수의 한국 사람들이 잘 쓰지 않고, 혹은 꺼려하는 '동지'나 '투쟁'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이 '투쟁'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괜히 욱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역시나 내 좁은 사고와 편견을 탓해야 할 것이다.
그 것을 떠나서 나는 궁금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과연 지금 그들이 말하는 '투쟁', '동지'를 비롯한 호전적으로 들릴 수 있는 그 모든 여타의 것들을 어떤식으로 받아들이고 말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과연 어떻게 들릴 수 있는 것인지 알면서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전에 그들에게 영향을 준 한국인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들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고 받아들여, 너무나도 당연한듯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동적인 그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차별 금지법 개정 법안으로 시끌시끌하다.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말이 나돈다. 개인적으로는 개악까지는 아니다만, 아직도 너무 보수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주노동자 등록법의 발효로 인해서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숨어서 지내기도 하고, 숨어 지내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길거리에서 보이면 무자비하게 연행해간다. 그들의 존재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규정지어지는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은 3D 업종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그 곳에서 산재 보험도 받지 못한채, 언제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에게 끌려갈지 모르는 위기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들에게 법적으로 안전망을 만들어 준다는 차별 금지법 개정 법안은 외려 그들을 몰아 세우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들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내 갑갑한 마음이 들었는데, 상영이 끝나고도 채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앙금이 되어 가라앉았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변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