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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2 08/01/22
日記/近況2008.01.22 20:20

J와 약속이 있었다. 2시 명동에서. 누구 탓 할 것 없이, 못 만났다. 약속 이런식으로 어겨보는건 처음이라. 꽤 당황했다. 물론 길치였던 내 탓을 해야 겠지만, 배터리 없는 폰을 들고 나온 J의 탓을 조금 해도 될까.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비오는 명동거리를 휘적거리면서, 던킨에서 그냥 들어섰나 나오기 머쓱해서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다 온 입안을 다 데이면서, 찾았다. J가 혹여 있을까. 없어서, 조금은 힘든 마음에, 질척거리는 길과 잔뜩 찌푸린 하늘과 우울한 마음을 안고 귀가했다.


Eau de Toillette, VELIQUE_THE BODY SHOP
E가 가지고 있던 MUSK를 보고, BODY SHOP 제품이라면 싸고 괜찮겠다 싶어서 하나 샀다. 30ml에 15,000원. Eau de Perfume이 아니라 향이 곧 사라지겠거니 했더니 의외로 오래간다. 그러고보니 E의 MUSK도 향이 오래갔던 것 같은 기억이. VELIQUE향과 FLORAL 이었나…둘 사이에서 조금 고민하다가 VELIQUE를 샀다. 달달한 향이, 조금은 ANNA SUI생각이 나서.


M을 만났다. 커피빈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낮에 J의 기다림을 생각했다. 그는 어째서 그 자리에 없었을까. 전원이 나가있었으면 내가 그동안 보낸 문자도 못 봤을 것이 뻔한데, 어째서 그 자리에 없었을까. 20분이 길었던거겠지, 라는 생각. 그렇지만 나는 M을 1시간 이상 기다렸다. 그건 밖이 아니어서 그랬던 걸까. M의, 어리숙한 한국어는 여전히 귀엽다. 그건 M이기 때문에 귀여운 거겠지. M은, 곧 이대로 이사를 갈 터이고, 귀국을 할 것이다. 8월이라더니 4월 19일로 급변경 했나보다. 보고싶겠지. 보고 싶을거야. M의 한국어실력은 내 스웨덴어 실력을 능가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태만함 탓도 있지만,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 M을 만날 것은 계획에 없었다. 그냥, 나는 조금 궁금했다. 내가 '보고 싶다', 고 말하면 '기다려, 갈게'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을지 궁금했다. (E도 물론 그래주겠지만, E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학원에 있었으니. 그렇다고 D에게 연락하기는 머쓱했다. D와 같이 학교 앞에 마주앉아 있으면, 혹여나 D가 아는 학생을 만난다면 D가 난감해 할 터이니.) 그래서 M에게 '나 커피빈에서 커피마시고 있을게. 올라와, 2층에 있어'라고. 문자를 보냈고, M이 왔다. 기뻤다. 아주 많이 기뻤다. 커피빈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실은,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Matt을 봤기 때문. Matt이 누구와 함께, 뭐하는 걸까 궁금해서 집에 들어와 다림질을 하고, 공책과 펜을 사러 가는 길에 여전히 보이면 들어가야지 생각했는데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그리고…07학년도 1학기 같은 하숙집에 살던 언니를 만났다. 잠시 소소한 잡담과, 나는 Matt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Matt이 한국어를 공부하더라. 한국어 발음하는게 귀여웠다. 전형적인 외국인의 그 발음이, 조금 웃음이 나게 귀여웠다. 아메리카노를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가서 Matt에게 문자. 한참 있다가, 귀가길에 답문자가 날아왔다. 아내의 사촌과 한국어 공부중이었다고. '아아, 열심이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감동. 멋지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M을 기다리면서 여러가지 낙서와 계획과 문자, 문자, 문자. J의 생각에 두통을 느끼며 MYDRIN 한 정을 삼키고.


일본 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한국에서 벗어나고 보자. 순간순간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그 순간 죽고 피어나는 꽃 처럼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된 걸까. 일본에 있는 동안 내가 많이, 아주 많이 변하길 바라면서.


…뭐라더라. 부정맥, 아무튼 그런 것. 괴롭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의 고통. 옥죄는 거 같이, 숨막히는 괴로움, 뭐라 형언할 길이 없다. 그리고, 두통. 수반하는 현기증과 구역질. 왜일까. 뭐가 불만이었던 걸까 나는.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면서도 뭐가 부족해서 나는 이렇게도 자학을 하게 되는걸까. 나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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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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