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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6 수면장애, 냉장고, 그리고 고양이들의 세레나데
日記/近況2008.01.16 07:40
더 볼 것도 없이 지독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불면증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왠지 모르게 섞여서 나타나는 과면증 증상에, 딱히 불면증이다 과면증이다 나누질 못하고 그냥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를테면, 아침 7시 26분인 지금, 아침밥을 다 먹고 느릿느릿 날이 밝아오는 것을 감상하고 있는 나는 아침형 인간으로 보이기 딱 좋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고 한숨도 잠을 못잤다. 최근 자는 것도 더이상 안식이 아닌 마당에 자서 무얼하냐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지만, 단 1분도 잠을 못자고 뒤척뒤척거렸다.

시각이 굉장히 뒤떨어지는 관계로 다른 감각기관이 조금 더 발달했는데, 그게 바로 청각이다. 밤에 조용한 시간에는 냉장고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매우 시끄럽게 들린다. 게다가 자명종 시계의 초침소리도 거슬리고, 심각한 것은 손목시계의 초침소리 조차도 거슬린다는 것. 새벽 2시경에 겨우겨우 누워서 오늘도 잠이 안오겠지만 부디 잘 수 있기를 바라마지않는 처절한 심정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냉장고 소음이 지독했다. 저 코드를 뽑아버릴까, 하는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기 수십번, 드디어 냉장고 소음 주기중 조용히 입다물고 숨고르는 시간이 돌아왔다. 겨우겨우 이제야 슬슬 잘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고양이들의 세레나데가 장난이 아니다. 세레나데인지 아니면 영역싸움인지 알 수 없지만 2주째 격일간격으로 들려오는 세레나데는 내게 있어서는 신경에 매우 거슬리지 아니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고, 길렀던 입장이지만 역시 세레나데는 반갑지 않다. 제발 부디 조용히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들렸는지 1시간 30분 만에 잠잠해 지더라. 역시 쉬어 터지고 갈라진 목으로 이 추운 날에 세레나데를 줄창 부르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던게 아니었을까, 내게는 다행히도 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동안 열심히 숨을 고르고 있었던 냉장고가 다시 옹알이를 시작했다. 기계의 진동소리에 엄청난 두통 반응이 일어나는 요즘, 편두통 약을 먹을까 아니면 그냥 누워 있을까 하는 번민 속에 그냥 누워 있었다. 잠이 오겠거니. 이 정도쯤이야 뭐, 매일 겪는 일이니 애교로 넘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오늘은 유독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두통이 반복해서 일어나다 보니 급기야는 위액이 넘어오려는 사태까지 발생. 겨우겨우 잠잠히 가라앉히길 반복하다가 결국 아픈거에 지쳐서 일어나 앉았다. 새벽 2시에 피곤한 몸을 뉘었으나 단 1분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6시에 포기하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밥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 지금 스멀스멀 해가 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다. 기분이 착잡하다. 잠을 이룬다고 해도, 잠이 결코 안식이 아니다. 꿈이 사납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서 꿈 속에서 있던 일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났던 것이 아닌지 일어나자 마자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여기까지는 현실, 여기까지는 꿈' 이라는 경계선이라도 그어놓지 않으면, 현실 속에 꿈이 마구 난잡하게 날아든다. 꿈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 이를테면 하늘을 난다든가 내가 죽는다든가 하는 것들이면 괜찮다. 그런 것들은 현실에 끼어들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를테면, 어제와 같이 문자가 와서 무슨 일을 해야한다, 라든가 내가 아는 사람들이 꿈에 나타난다면, 일어나서 불안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해서 밤새 전화가 왔던 것은 없는지, 문자가 온 것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12월달 이후로 지속되는 수면장애. 벌써 3주째이다. 괴롭다.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자면 꿈도 없이 잘 수 있어서 좋다만, 아무리 비 습관성인 약이라 하더라도, '약을 먹고 잠을 잔다'는 매커니즘이 내 몸에 각인되면 약에 의존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 그나마 조그만 희망이라면, 오늘 한 잠도 못 이루었으니 이따가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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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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