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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2 #1
色褪せた写真2009.02.02 07:30

#1

아타리 코우스케, 의 '여름 날 저녁 하늘'을 듣다가,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가사 탓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따뜻하고 황금빛의 가사에 추억들이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중학교 시절, 하면 내 학교 생활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계셨던 분이 있다. 국사 선생님. 어쩔 수 없다. 내 인생에 있어 두 번째 은사님. 나의 나태함으로 인해 두 분 다 연락이 소원해졌지만, 반드시, 어떻게든 연락을 하겠다고 아직도 이를 악물고 있다.

중학교 시절에, 난 난생 처음으로 내 눈앞에서 일본 사람이 샤미센을 뜯는 것을 보았다. 처음 듣는 소리, 처음 느낀 공기의 떨림. 경박한 듯 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그 음색을 잊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그 연주자 분이 '이 토막 곡을 듣고 무얼 모티프로 만들었을지 맞추어보라' 는 퀴즈를 냈다. 달랑달랑하던 그 음색이 예뻐, 다들 답은 '쓰르라미' 나 '귀뚜라미' 라고 했다. 그 분이 대답을 했고, 국사 선생님께서 통역을 하셨었다. '바퀴벌래' 라고. 자지러지는 소리. 난 그 때 까지도 바퀴벌래를 실재로 본 적이 없어서 헤에에, 하고 생각을 했다. 그 음의 환상은 바퀴벌래가 무려 귀뚜라미 처럼 작고 예쁜 소리를 낼 것이란 믿음을 심어주었다. 물론...그건 대학교 1학년 때 하숙집에서 처음 본...그 분...무려 그 님을 보고 참...하하하하. 잊지 않는다...처음 본 녀석이 엄청 커서- 이탈리아어 사전을 던져서 잡았는데, 그 아래에서 찌부러지던 그 소리도, 확인사살을 할 때 내던 그 으직거리는 소리도, 휴지를 정말 둘둘둘둘 손에 감고 겨우 주워다가 버릴 때 느껴졌던 그 감촉도...그 샤미센 소리와 현실은 참 달랐다. 누굴 탓하리. 누군가에겐 분명 바퀴벌래가 두렵지 않은 존재- 혹은 호기심의 대상일 수 있으니까. CSI의 길 그리섬 반장님 모양으로 말이지.

음...그리고.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을까 1학년 무렵이었을까, 여름 방학의 끝자락에, 국사 선생님께선 일본에 다녀오시며 내게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셨다. 중학교 3학년들이 아침 자습시간에 읽는 책, 이라며 그걸 다 읽고 감상문을 써서 내라시며, 그렇게 선물을 주셨다. 난 물론 감상문을 써서 냈다. 그 선물을 받을 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옥죄듯이 아팠는지. 어찌나 감사했던지. 내가 일본어를 놓지 않고 계속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내 호기심과 사랑의 원천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국사선생님의 독려가 없었더라면 그 시절, 그 만큼 빨리 늘 수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첫 소설집이었다. 내가 처음 읽은, 첫 일본 소설집. 물론 그 전엔 만화책을 읽었다. 수업시간에 걸려서, 국사 시간에 걸려서, 선생님과 합의하에 혼나지 않고 끝났다. 국사 선생님께서도 일어 만화책을 읽는 중학생 애가 신기해서 그랬으실런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 만화책을 대여해드리는 것으로 벌을 합의를 봤다. 그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어야 끝났었다. ...심지어는 선생님께, 빨리 다음 권을 가져오라, 는 독촉도 받아봤다. 하하하하하. 진짜, 그런 선생님을 만난 건 천운이다. 보통, 그 시절엔 정말 눈 앞에서 만화책을 북북 찢는 선생님들도 계셨으니까. 잡지도 한 번, 친구가 실수로 압수당했는데, 국사선생님이 중재해 주셔서 무사히 돌려받았다. 물론, 그 후론 잡지 반입금지! 라고 엄명을 받긴 했지만.

아아.
그 소설집에 있는 이야기들은 무척 예뻤다. 여전히 기억한다.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는 鴛鴦. 원앙. 그리고-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반딧불이 이야기가 있었다. 그 둘이 가장 예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하하. 그 당시엔 한자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한자도 일일히 옥편을 뒤져가며 일어발음 확인하고 한자 공부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독음을 외우기 위해서 주욱 다 적어놨는데- 지금 읽어보면 완전 엉망진창. 그 책을 3-4년 쯤 뒤에 훅 펼쳐보았다가 엉망진창으로 쓰여진 독음을 보고 대폭소, 부끄러웠다. 그렇게 열심히 사전을 찾았는데 엉뚱한 발음을 적어놓다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옥편 없이도 그 책은 다 읽을 수 있다. 중학교 3학년 용 책이니까. 그렇게, 난 열심이었다. 내가 성장해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국사선생님께 저 이만큼 성장했어요, 라고 보여드리고 싶었다. 칭찬을 받고 싶었나보다. 선생님의 독려를 듣고싶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찾아뵈었던 건 대학교 1학년 때.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선생님께선 많이 피로해 보이셨다. 감기 탓이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속이 상해 괜히, 선생님 담배 끊으세요 라고 징징거리고 왔다. 중학교 다닐 땐 P랑 둘이서 교무실에 놀러가서는 선생님께 담배냄새가 나면 '또 담배피셨죠! 끊으세요-' 라고 둘이서 그랬는데. 내가 목표로 했던 대학에 들어가서, 국사선생님을 마지막으로 찾아뵈었었다. 그 해가 국사 선생님께서 그 곳에 계신 마지막 해였을 것이다. 수고했다, 라는 말이 아프게 울렸다.

절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지금도 왠지, 뵙게 된다면 절을 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반항기 중학교 시절에, 가장 크게 빛나는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내가 나쁜 길로 가지 않게 잡아주셨으니까, 항상. 앞에서 내 손을 잡아주시고 때론 뒤에서 밀어주시기도 하면서. 수호천사,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뭐라든,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 까지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쁜 소리 단 한 번도 안 돌고, 항상 사랑받으면서 자랐다. 그게 내 인생의 자부거리 중 하나라면 하나. 사실, 스스로 생각할 때 가장 큰 미스테리이다만. 모든 선생님께선 내게 사랑을 주셨다. 그렇지만,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인도해 주셨던 분은 두 분.

그 중 한 분이 국사 선생님. 다음에 뵈면, 정말로 절이라도 해야겠다.
스승의 날에 부르는 그 노래를, 진심으로 바칠 수 있는 두 분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잊지 못 할 것이다. 그렇게 황금빛으로 크게 반짝이는 빛을, 앞으로 더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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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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