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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4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Scrap/Book2010.03.04 19:41
눈동자. 내 눈동자. 두 개의 검은 눈동자. 서로 연결돼 있으되 귀와 코와 입과는 전혀 다른 기관. 듣고 맡고 맛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이를 수 없는 단 하나의 감각.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건 믿는다는 것. 그러기에 귀와 코와 입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눈을 의심할 수는 없다는 것. 의심할 수 없기에 충분히 인간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물론 내게도 그런 눈동자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캄캄했다. 그 무엇도 내 망막에는 맺히지 않았다. 검정이 검정을 직시할 수 없듯이 이 모든 암흑을 검은 눈동자는 바라볼 수 없기에 나는 어둠을 믿지 않았다. 그런 눈동자. 내 눈동자. 당신의 눈동자.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 어둠을 믿을 수 없는 눈동자. 자신과 다른 것만을 알아볼 수 있는 눈동자. 바라보는 바를 믿어 의심치 않는 눈동자 ... 눈동자. 내 눈동자. 두 개의 검은 눈동자. 어둠을 보지 못하고, 또 믿지 못하는 두 개의 검은 눈동자.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216-226)
서울: 문학과지성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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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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