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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31 08/01/31 (2)
  2. 2008.01.13 [주제 사라마구] 미지의 섬(O Conto Da Ilha Desconhecida)
日記/近況2008.01.31 20:38

감기에 걸리려고 하는 것 같다. 다행히도 코감기는 아니고 목감기.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고 목이 잠기더니, 지금은 급기야 목에 가래가 끓는 기분이다. 얼마만에 걸리는 감기인가. 비싼 도시가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난방을 엄청나게 하고 있는 중이다.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겠다만, 감기가 더 심해질까 걱정이 되어 환기도 못 시키고있다. 실은, 오늘도 밖에 나갔다 왔던 고로, 는 환기시키고 왔다.


30일, 그러니까 어제 드디어 카메라가 도착했다. 전에 쓰던 토이카메라의 한계를 느끼고 더는 토이카메라로 버티지 못하겠다 싶어서, 공부도 할 겸 필름 카메라를 사기로 작정한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MINOLTA 의 하이메틱 7S를 사고 싶었으나, 입금 후 품절이라는 낭패가 발생해서 같은 가격으로 다른 녀석을 받았다. CANON 사의 Canonet G3 QL17. 바로 이녀석 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Canon G3 QL17


예쁘기는 미놀타의 7S와 비슷하다. 문제는 카메라 디자인이 아니다. 집에도 필름카메라가 하나 있다. 올림푸스사의 모델인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모델은 AF식이었다. 필름을 장착하고 전원을 켜고 찍으면 끝인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은 조금 다르다. RF식이다. 한번도 써 본적이 없는 RF 식이라서 매우 난감하다. 지금 일단 같이 보내준 필름으로 마구 찍어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 우려스럽다. 게다가 필름 장착도 좀 이상하게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걱정이다. 하도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를 쓰려니까 헷갈린다. 당장 내일이라도 학교 도서관에 가서 카메라 교본이라도 한권 빌려와야 하겠다. S에게 물었더니, 배운 것이 현상과 인화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한다. 다행히도 내일 금요일이니 학교 가서 찾아보아야겠다.

안 좋은 소식이라면 내가 애용하는 코니카미놀타 사의 센츄리아 필름이 단종되었다는 것 정도. 항상 써오던 필름이라 단종된다고 하니 무얼 써야 할지 막막하다. 지인의 추천은 FUJI 오토오토 200. 안타깝게도 카메라와 함께 온 필름은 KODAK COLOR PLUS 200 이다. 내일이라도 나가서 필름을 사서 열심히 찍어봐야겠다. 실은 Agfa 필름이 괜찮은지 궁금하지만, 주변에 그 필름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보기가 난감하다. 인터넷으로 봤던 색감은 괜찮았는데, 내 모니터로 왜곡되어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선뜻 사기가 곤란하다. S는 흑백사진을 찍기때문에 뭐라 딱히 조언하기가 곤란하단다. 필름 파는 곳에 가서 여러 가지 하나씩 집어와서 써 볼까 생각중이다. 문제는 일본에 갈 때 이 녀석을 들고 가려 했는데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른 손에 익히지 않으면 난감하게 생겼다. 앞으로 2주일은 카메라만 붙들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내 공부방법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체득하는 것이니 별 수 없다. 돈이 들어도 공부는 해야겠다.


오늘의 근황. 몸이 아파서 아침에 E에게 문자를 보내어 아파서 못 나가겠다 하였다. E와 홍대로 가기로 했건만,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이틀 연속으로 약속을 깨 버리니 미안했다. 다음에는 내가 기네스라도 한 병 사 주어야 겠다. 그러고 누워있노라니 H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자고 있었냔다. 사실 자고 있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차마 대답할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감기가 걸렸노라 말했다. 수녀원에서 일찍 나와버려서 고흐전을 보려 한단다. 그래서 바쁘지 않으면 오랜만에 만날까 하여 그러기로 했다. 도슨트와 함께 돌 생각이고 오디오북까지 빌렸으니 1시즈음에 보잔다.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니 Y가 MSN에 로그인 해 있었다. 그래서 (물어보려던 것을 까맣게 잊고) Y와 잡담을 하다가,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아무래도 불안불안하다 싶은 마음으로 탔는데, 회기에서 방송이 나오길 '청량리 역에서 앞 차가 사상사고를 내어 지상으로 돌아갑니다.' 한다. 요즘 이상하게 지하 청량리역에서 사상사고가 자주 난다 생각을 하며 곧 지상으로 돌아가겠거니 했는데 회기역에서 근 5분간을 정차하고 있는다. 1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게 무슨 낭패인가 싶어 H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을터이니 미술관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하고 왕십리에서 갈아타서 시청 도착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간만에 만난 H와 청량리에서 사상사고를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제는 사상사고가 ''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지하철에 '어떻게 치이면 죽는가'의 문제였다. H는 지하철에 치여 죽기 힘들지 않냐 말했다. 나의 대답은 "지하철이 처음 들어오는 부분에서는 속도가 꽤 빠르니까 치이면 산산조각나는건 둘째치고, 내장파열로 죽지 않을까" 였다. H는 납득. 그러고 점심을 먹고 서점에 가서 Y가 스웨덴 가기 직전에 번역했던 노르웨이 동화책을 봤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의 동화책이다.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무거운 주제와, 동화책 답지 않은 디자인의 책이었다. 나야 물론 Y덕택에 노르웨이어 원서로 봤지만. 어른이 되면, 정말로 괜찮을까 하는 이야기. 아이다운 고민으로 괜찮을지 묻지만, 그 질문은 이 나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로는 이미 어른이지만 심적으로)어른이 되지 못한 나의 대답은, '어른이 되어도 괜찮지않아' 이다.


H를 배웅하고 집으로 덜컹덜컹 홀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회기에서 내려서 터벅터벅 집까지 걸어왔다.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그 길이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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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感想/本2008.01.13 16:49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동아리 주간세미나 때, '눈 먼 자들의 도시'와 '눈 뜬 자들의 도시' 이야기가 나왔었고, 그 중에 (어떤 것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한 권을 했었기 때문일게다. 포르투갈의 작가이고, 내가 처음 읽었던 책은 '눈 먼 자들의 도시' 였다. 꽤나 흥미로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발동해서 학교 도서관에 새로 나온 '미지의 섬'을 신청해서 들어오자마자 대출해서 읽었다.(예전에 나온 것도 있지만, 그 책은 영역본을 가지고 이중 번역을 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책은 포르투갈어과 교수가 포어에서 직접 한국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1. 어떠한 한 남자가 왕의 성 문 앞에가서 '미지의 섬을 찾기 위함이니 배를 한척 내어 주시길 바란다'는 요청을 한다.
  2. 하녀가 그 요청을 전달하고 선물의 문 앞에 붙어있던 왕은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 것의 우려와 남자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직접 문 앞으로 간다.
  3. 남자의 청을 들어준다.
  4. 하녀가 남자를 쫓아 성을 빠져나간다
  5. 선원을 모으지 못한채로 그들은 대화를 나누다가 각기 선실로 가서 잠에 든다.


   라는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철학동화이다. 머리를 좀 열심히 굴려서 철학적인 주제를 이야기해 보자면 그들의 대화내용이 그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무모하다 할 만큼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나려는 남자는 패기로 가득 차 있으며, 오직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할 것 같이 말한다. 선원을 모으지 못한 남자와 하녀가 저녁에 선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하녀는 '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왕의 철학자도 할 일이 없을 땐 내가 하인들의 양말 꿰매는 걸 곁에서 지켜보곤 했었죠. 그리고 때론 무언가 알쏭달쏭한 말을 건넨 적이 있었어요. 세상의 모든 인간은 하나의 섬이라고. 하찮은 일을 하는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이었기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생'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비유가 '마라톤'이라고 한다면, '사람'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비유는 '섬'이나 '우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남자가 찾는 '미지의 섬'은 진정한 그의 모습이거나 혹은 그가 알고싶어하는 타인을 비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언제 어떻게 해서 미지의 섬을 찾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불현듯 그러한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미지의 섬'이 타인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하고 읽었다. 이미 알고있는 섬들과 이미 알고있는 세상에서 벗어나서 전혀 새로운,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무엇'을 알고싶어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물론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자각하지 못한 자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나의 상황에서 그러한 여행이라면 '타자'에 대해 알아가고자 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미 지도에 있는 섬들을 '완벽하게'다 알고 있는 상태로 '미지의 섬'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 주변의 사람들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니지만 계속해서 '타인'과 부딫힐 기회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섬을 보기 위해서는 섬을 떠나야 해요. 우리 자신을 떠나지 않고선 우리를 볼 수 없죠."

   나는 '타인'을 알기 위해서는 '기존에 만들어진 관념들'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머리속에 그어진 수많은 규제적 판단문을 앞에 둔 채로 다른 사람을 마주 한다면 그 사람이 진정한 '타인'으로 보일까? 그 앞에 있는 사람은 이미 내 머리속의 선입견에 의해 비틀리고 왜곡되어버린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타인'은 이미 죽어버리고 없게 되어버린다. 내 머리속에서의, 내 상상속에서 부풀려지고 깎아내려진 '타인의 형상을 한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하게 되는 꼴이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나의 모습을 뒤트는 거울과 진배없다.
   내 자신의 관념을 버리고 '타인'을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그 관념에 사로잡혀서 내 마음대로 '관념속의 타인'을 만들어 낸다면 그 상상 이외의 행동을 했을 때에, 소위 말하는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는 그의 방식대로 했을 뿐인데 나의 상상에서 벗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의외의 행동'을 했다라는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살아가는 도중에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필터링해서 인식하고 있다.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면서 산다면 아마도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급할수록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목표' 하나밖에 없게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지속적으로 반복한다면 '~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모른다'라고 답하다가 '없을걸'이라고 답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귀찮아서 그렇다고 말 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모르는 것'을 '없는 것'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왕왕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만큼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겠다.


   책은 매우 얇고, 삽화도 꽤 있으며 무척 '동화책'다운 동화책이다. 그렇지만 읽고나서 '섬'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나의 주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은 늘 열심히 한다. '내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잣대질 하지 말 것.' 그렇지만 그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무심코 타인을 재단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흠칫흠칫 놀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막연하거나 혹은 맹목적 일 수 있는 믿음에 대해서, '섬'들에 대해서, 그리고 未知와 無를 동일시 하고 있던 나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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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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