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1.23 발악
  2. 2008.05.15 4분간의 대화
  3. 2008.01.22 08/01/22
雑想/作2009.01.23 06:49

남들은 내가 뭐 동네 북인줄 아나 껌인줄 아나, 서러워서, 원.
...라고 말한다. 묵묵히 듣는다.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일거라 추측한다. 침묵을 깨고 묻는다. 누가, 라고. 즐거운 화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맞장구는 쳐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질문일 것이다.

대화란,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마주하는 말, 이다. 혼자서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혼자서 하는 '말' 은 독백이다. 심지어는 성명서라든가, 연설조차도 굉장히 일방적이지만 완벽히 일방적이지는 않다. 담화는 청취자를 전제하고 있다. 청취자, 혹은 독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 담화라면, 대화는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두 사람. 서러워 하는 한 사람과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줄줄히 이어지는 서러운 사람의 토로.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에겐 상대방이 뱉어내는 말들이 연속된 파동에 지나지 않는다. 미지근한 맞장구를 친다. 제풀에 지쳤는지 서러운 한 사람은 입을 다문다. 그제서야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은 기쁘게 화제를 돌린다.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은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화를 내면 스스로의 기력을 소모한다는 것을, 아니, 낭비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속으로만 삭인다. 괜찮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잊는 것도 순식간이다. 가라앉는 앙금은 어쩔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희석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그게 너무 많이 쌓이면 가끔 발악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정도.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은 그 서러운 사람이 말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를 곱씹어본다. 잘 알 수가 없다, 고 판단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그렇게 뒷담화가 돌아다니는 것은, 그 뒷담화의 주인공을 다른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잘 모르겠다, 고 판단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서러운 사람이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을 외려 만만하게 보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묻는다.

첫째로, 서러운 사람은 아무 생각 없는 한 사람과의 시간약속에 있어, 제 시간을 지킨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는 늦겠다는 언질 조차도 없다. 반 시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래서 서러운 사람과의 약속을 잡으면 항상 부러 늦게나감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다리게 된다.

두 번째로,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난 서러운 사람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조차 없이 또 다시 자기 혼자 바쁘게 움직인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걸음이 느린 편은 아니지만, 서러운 사람은 걸음이 무척 빠른 편이다. 항상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배려없는 서러운 사람에게 늦춰달라,고 쉼없이 요구한다.

세 번째로, 서러운 사람은 왠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의 심경을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 고 느낀다. 서러운 사람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 고 생각한다. 조금 돌려 곱게 말 할 수 있는 것 조차도, 굉장히 기분에 거슬리게 말하는 것이 서러운 사람의 특기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난처하게 만드는 기술도 빼어나다, 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서러운 사람의 대외관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다는 것에 놀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결국, 서러운 사람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화를 내지 않으므로, 아무 생각 없는 사람에겐 함부로 비수를 내던져도 된다고 판단해버렸다, 고 판단한다.

이 세 가지를 고려해 본 결과,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서러운 사람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명쾌한 결론에, 어느 날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서러운 사람이 또 말을 함부로 놀리자 화를 낸다. 화를 내 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낸다. 그렇지만 서러운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품는다. 그리고는 서러운 사람은 왠지 또 다시 일방적으로 말을 풀어낸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이번엔 맞장구도 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생각한다.
대체 저 사람은 뭘 믿고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인가, 하고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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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TAG 대화, 발악
雑想/作2008.05.15 23:09
반은 픽션, 반쯤은 논픽션.
기본적으로, 실재 그 날 그 시각에 벌어졌던 일.

단막극을 보는 느낌으로 곁눈질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4분짜리 단막극.

대화의 내용은 주로 저런 내용.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아서 기억나는 파편들을 모은 것이라 픽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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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日記/近況2008.01.22 20:20

J와 약속이 있었다. 2시 명동에서. 누구 탓 할 것 없이, 못 만났다. 약속 이런식으로 어겨보는건 처음이라. 꽤 당황했다. 물론 길치였던 내 탓을 해야 겠지만, 배터리 없는 폰을 들고 나온 J의 탓을 조금 해도 될까.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비오는 명동거리를 휘적거리면서, 던킨에서 그냥 들어섰나 나오기 머쓱해서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다 온 입안을 다 데이면서, 찾았다. J가 혹여 있을까. 없어서, 조금은 힘든 마음에, 질척거리는 길과 잔뜩 찌푸린 하늘과 우울한 마음을 안고 귀가했다.


Eau de Toillette, VELIQUE_THE BODY SHOP
E가 가지고 있던 MUSK를 보고, BODY SHOP 제품이라면 싸고 괜찮겠다 싶어서 하나 샀다. 30ml에 15,000원. Eau de Perfume이 아니라 향이 곧 사라지겠거니 했더니 의외로 오래간다. 그러고보니 E의 MUSK도 향이 오래갔던 것 같은 기억이. VELIQUE향과 FLORAL 이었나…둘 사이에서 조금 고민하다가 VELIQUE를 샀다. 달달한 향이, 조금은 ANNA SUI생각이 나서.


M을 만났다. 커피빈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낮에 J의 기다림을 생각했다. 그는 어째서 그 자리에 없었을까. 전원이 나가있었으면 내가 그동안 보낸 문자도 못 봤을 것이 뻔한데, 어째서 그 자리에 없었을까. 20분이 길었던거겠지, 라는 생각. 그렇지만 나는 M을 1시간 이상 기다렸다. 그건 밖이 아니어서 그랬던 걸까. M의, 어리숙한 한국어는 여전히 귀엽다. 그건 M이기 때문에 귀여운 거겠지. M은, 곧 이대로 이사를 갈 터이고, 귀국을 할 것이다. 8월이라더니 4월 19일로 급변경 했나보다. 보고싶겠지. 보고 싶을거야. M의 한국어실력은 내 스웨덴어 실력을 능가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태만함 탓도 있지만,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 M을 만날 것은 계획에 없었다. 그냥, 나는 조금 궁금했다. 내가 '보고 싶다', 고 말하면 '기다려, 갈게'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을지 궁금했다. (E도 물론 그래주겠지만, E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학원에 있었으니. 그렇다고 D에게 연락하기는 머쓱했다. D와 같이 학교 앞에 마주앉아 있으면, 혹여나 D가 아는 학생을 만난다면 D가 난감해 할 터이니.) 그래서 M에게 '나 커피빈에서 커피마시고 있을게. 올라와, 2층에 있어'라고. 문자를 보냈고, M이 왔다. 기뻤다. 아주 많이 기뻤다. 커피빈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실은,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Matt을 봤기 때문. Matt이 누구와 함께, 뭐하는 걸까 궁금해서 집에 들어와 다림질을 하고, 공책과 펜을 사러 가는 길에 여전히 보이면 들어가야지 생각했는데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그리고…07학년도 1학기 같은 하숙집에 살던 언니를 만났다. 잠시 소소한 잡담과, 나는 Matt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Matt이 한국어를 공부하더라. 한국어 발음하는게 귀여웠다. 전형적인 외국인의 그 발음이, 조금 웃음이 나게 귀여웠다. 아메리카노를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가서 Matt에게 문자. 한참 있다가, 귀가길에 답문자가 날아왔다. 아내의 사촌과 한국어 공부중이었다고. '아아, 열심이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감동. 멋지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M을 기다리면서 여러가지 낙서와 계획과 문자, 문자, 문자. J의 생각에 두통을 느끼며 MYDRIN 한 정을 삼키고.


일본 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한국에서 벗어나고 보자. 순간순간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그 순간 죽고 피어나는 꽃 처럼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된 걸까. 일본에 있는 동안 내가 많이, 아주 많이 변하길 바라면서.


…뭐라더라. 부정맥, 아무튼 그런 것. 괴롭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의 고통. 옥죄는 거 같이, 숨막히는 괴로움, 뭐라 형언할 길이 없다. 그리고, 두통. 수반하는 현기증과 구역질. 왜일까. 뭐가 불만이었던 걸까 나는.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면서도 뭐가 부족해서 나는 이렇게도 자학을 하게 되는걸까. 나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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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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