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모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10 08/02/10
日記/近況2008.02.10 23:14

오늘 K의 제안으로 홍대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어제도 홍대근처(상수역 부근)에 있다가 왔는데 오늘도 또 다녀왔다. E의 말마따나 홍대는 갈 때마다 마음이 편하다. 여타의 곳들에 비하자면 '낙원'이다. 홍대 나들이의 목적은 싸롱바다비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것.

얼마전에 귀국한 K는, 약 2년 또이또이 알고 지냈다고 추측한다. 얼굴을 (직접)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안면인식기능이 우수하야과히 나쁘지 않은 고로 단번에 K를 알아보았다. 5시 즈음 만나서 밥을 먹자! 하고 어디로 갈까 이야기를 했으나, 나도 K도 홍대에서 '밥'을 먹었던 적이 없어서 어쩌지 하다가 닥치는대로 들어간 곳이 타코 가게였다. 간만에 타코를 먹는데, 매워서 혼났다. K는 매운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자극적인 음식은 여전히 힘들다. 매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애매한 시간에 간단한 저녁을 다 먹어버려서 어디 들를까 고민하며 바다비쪽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산울림 소극장을 지나치고 있었다. 공연시작은 아직 45분이나 남아있기에, 이리까페쪽으로 되돌아 걸어갔다. 오늘 주말인탓에 이리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그 윗 가게인 카카오붐에 들어갔다. 핫 쵸콜렛 with 모카를 주문하고 녹차 트러플을 시켰다. 간만에 밖에서 커피나 알콜성 음료가 아닌 무언가를 마셨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게다가 나는 쵸콜렛 광이어서 무척 기뻤다.

핫쵸코를 다 마실 무렵 공연시작 17분전. 산울림소극장을 지나 싸롱바다비로 갔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들리는 좋아하는 목소리. 곰팡이꽃이 리허설 중이었다. 착석해서 마지막곡 리허설을 들으며, '공연같은 리허설' 이라는 말을 나누었다. 오늘 공연 시작할 때 관객은 우리를 포함해서 4명. 단촐하고 '소극장'같은 분위기의 공연이었다.

오늘의 라인업은 꿈과 모자(…인지 꿈의 모자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죄송), 곰팡이꽃, 이름을 잊은 솔로분(역시나 죄송), 그리고 부나비. 어제 K의 제안에 동한것은 다름아닌 곰팡이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공연을 보는 것이 몇 년 만일런지.

첫 공연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직은 조금 미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달까. 그래도 간만에 들어서 반가웠던 곡. 마지막에 불렀던 두 곡, '걸어요' 와 '달의 아이들'이 내 취향이었다. 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정리를 하려 할 때 곰팡이꽃이 앵콜을 외쳤다. 그래서 시작된 앵콜곡이 cover 곡인 another sad song. 사실 Bella ciao를 할까 another sad song을 할까 두런두런 하고 있었는데 곰팡이꽃이 Bella ciao를 가지고 저급농담을 한다.(19금 언어이니 생략. 곰팡이꽃 말마따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보아요) 뭔가 마시고 있었으면 사래들지 않았을까. 아니, 그 전에 그 농담을 알아들은 내가 문제가 있는걸까나. another sad song 간만에 들으니 무척 좋았다. K는 미국에 있는 도중에 저 곡을 공연했었다고 한다. K의 연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그 다음 무대는 기다리던 곰팡이꽃. 멘트가 많고……넵. 당신 이제 변태로 낙인찍혔어. 그런 이야기를 장황히 하고나서 '저 그런사람 아닙니다' 하면 먹히지 않습니다. 이미 Bella ciao 때부터 제대로 깨 주셨습니다. 뭐, 그래도 오늘 보러온 소정의 목적은 달성. 이제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곰팡이꽃. 갑자기 문득, 김상우아저씨가 E의 인터뷰중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홍대에 있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두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 곰팡이꽃의 1집은, 벌써 나올시기를 훌쩍 지나고 있다. 그냥 맘 놓고 기다리면, 올해 안에는 나오겠지요. 이래저래 간만에 곰팡이꽃의 노래를 들어서 좋았다. travis 커버곡도 한곡.

다음 무대는 이름을 잊은…그 분의 무대. 무대조명이 어두워지더니 바다비 사장님이 빈 의자를 끌어다 무대에 올려 상을 만드셨다. 그 분이 무대에 올라, 상 위에 정좌 자세로 앉더니 노래를 시작하셨다.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소주를 마시던 그 분의 노래는 참 담담한듯 하면서도 슬펐다. 가사를 써 놓으면 정말로 시(詩)일 것 같다. 그 분의 노래가 참 좋았지만, 낯가림이 심하신듯 하여 앵콜을 못 했다.

마지막 무대는 부나비. K가 오늘 공연을 보고팠던 것은 곰팡이꽃과 부나비이 궁금해서란다. 나는 부나비의 공연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 누군가에게서 얼핏 들은 기억은 나지만 확실치는 않다. 부나비의 노래가 오늘 들었던 노래중 아마 제일……한(恨)맺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리없이 우는 아이'라는 곡이 어찌 그리 슬피 들리던지. 오늘 공연 중 유일하게 일렉기타를 쓴 부나비인데, 소리가 왕왕 울려서 귓전이 따가웠던 것을 빼면, 참 좋았다. 소리만 좀 어떻게 잡아주었으면 더 나았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다 끝나고, 간만에 온 바다비에서 나서 밖을 걸었다. K는 홍대에서 또 다른 약속이 잡혀 나는 먼저 집에 가겠노라고 말하고, 홍대입구역에서 헤어졌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종로 5가 정도까지) Z와 문자를 했다. 학교 앞까지 헛걸음질을 한 Z가, 마땅히 그 억울함을 토로할 사람이 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나보다. 하지만 Z 덕택에 나까지 헛걸음질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오늘도 영화를 본다기에 무얼 볼거냐 묻다가, 나는 오늘 간만에 이와이 슌지를 볼 테요, 라고 말하니 Z도 그의 영화를 본다 말했다. 문득 궁금하여, Z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 물으니 기타노 타케시란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으나 본 영화가 없어 찾아 보겠노라 말했다. 아마 지금쯤 Z는 영화감상중이 아니려나.

나도 간만에 영화나 한편 보고 잠을 청해야겠다.

신고
Posted by Lynn*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