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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近況2008.03.29 01:20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특히 목적방향성을 상실한 채로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정말 '이뭐병'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 공자 가라사대, 지식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끝을 탐하듯 공부하는 이가 가장 바보같은 자라고 했다나. 맞는 말이다. 게다가 채 '지식'이 되지 못한 '정보'들을 죽 나열하는 것은 더더욱 소모적인 행위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멋있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아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아주 조금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누구든 많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다. 얼만큼 '자신의 것', 즉 '지식'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내가 공부하는 양상을 보아하니 내 머리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도는 것에 지나지않는다. 내재화 할 수 없는 정보는 나를 좀먹고 있을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광기는 많은 양의 정보를 통해서 그 존재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렇다더라, 라고 앵무새처럼 읊기만 해서는 나의 존재 자체가 희박해지고 만다. 그것이 내 것이 되어서 '재생산'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다만 죽은 지식, 무가치한 찌끄러기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한심한 것은 이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보'에 탐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무가치한 죽은 지식에 나는 목을 매단다. 결국 그 것들은 목에 씌워진 굴레처럼 점점 나를 구속할 뿐이다. 여기까지, 라는 선을 긋게 만든다. 이 안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만들어버리고 만다. 내재화하지 못한 그 수많은 정보들을 열맞추어 세워놓고는 그 것에 나는 만족스러워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너는 참 많은 것을 알고있구나'하는 그 말에 자족하고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고 오만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이미 알고있는데도 계속 그 함정에 빠지고 만다는 것은, 나의 어리석음을 반증한다.


많이 읽을 수록, 많이 들을 수록, 그리고 또 많이 볼 수록 머리 속의 정보는 늘어간다.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것. 결국 나는 나의 말을 하지 못하고 내 머리 속에 꿰차고 앉은 타인의 말들이 나를 대변한다. 이제 '나'는 없는 것이다.

공부를 할 수록 점점 미궁에 빠져들어가고 만다. 결국,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는 이상 나는 계속 이런식으로 표류하고 말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아무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아무나'는 되겠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아무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지독한 회의가 든다. 내가 이것을 읽어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라는 공허한 울림이 나를 지배한다. 이 울림은 결국 나를 안쪽에서부터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비바람을 쐬어 조금씩 깎아내려가는 바위처럼, 암암리에 나도 망가지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나는 무엇이 되려고 이러고 있는가?


이 답을 내리지 못하는 이상, 나는 '아무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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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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