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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近況2015.12.29 15:54

12월

다섯 번의 만남과 오늘까지 포함해 22건의 관극. 그 중 여섯 번을 누군가와 함께.


담당의는 자주 보았다. 17일에 보고 22일, 26일, 그리고 31일에 또 만난다. 요즘 우울한 것보다도 사실 깊은 슬픔 속에 빠져 있어서 주체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에스시탈로프람 5mg을 벌써 7일째 꼬박 챙겨먹고는(물론 하루는 자느라 못 먹었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나를 구원해주는 기도와 같은 내 알약들을 매일 자기 전에 잊지 않고 삼킨다. 그래야만 이튿날을 버틸 수가 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정도는, 이틀 정도는 까먹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그 다음 날을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약 때문에 졸린 것도 사실이지만, 죽고 싶어서 안절부절 하느라 일에 집중도 못 하느니 아침에 조금 더 졸립고 피곤하고 말지 싶은 것이다. 일상을 침범해오는 음험한 생각들.


요즘엔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어릴 적 생각부터 조금 자란 이후의 생각까지. 그리고 기억이 깜깜한 3년. 난 그 3년 동안 대체 무얼 한 걸까. 지나고 나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나는 왜 모든 걸 쏟아 부었었나 싶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여전히 무언가이긴 하다. 무언가의 응어리, 돌멩이, 납덩어리. 다행히 나는 쉽게 망각하는 사람이라 이젠 예전만큼 아프지도 쓰라리지도 않다. 기억도 많이 희석되고 깎여나갔다. 아마 몇 년만 더 지나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015년

올해엔 그래도 자살 시도를 않고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이틀 남은 이 시점에서, 물론 지금도 등 뒤에 난 창 밖으로 몸을 날리고 싶은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자살을 꾀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손목에 남은 상처를 보면서 생각한다. 깊지도 않은 그 상처를 보면서 나는 정말 절박하게 죽고 싶긴 했던 걸까, 하고. 아프긴 싫고 죽고는 싶고? 둘 다를 한번에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드무니까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하건만. 나는 어쩌면 그때 창 밖으로 몸을 날려 죽었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새도 종종 한다. 살아있음이 고통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질풍노도와 같이 보낸 해였다. 탈덕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연뮤판에서 본진을 만났고, 그걸로 내 통장의 안녕은 돌이킬 수 없어졌다. 머리 풀고 달렸던 3~5월이 꿈만 같구나. 뭐 지금이라고 안 그렇느냐면, 지금도 제정신 아니긴 마찬가지인 것 같긴 한데…여하간. 관극만 350건 가까이 했으니 말 다 했지 뭐. 1년은 참고로 365일이라지요, 김청어님.


그리고 트위터 부계를 통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 다들 하나같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은데, 뭐랄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으니까. 내가 그들에게 좋은 사람일지는 확신이 도무지 서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겠지. 나를 믿지 못하니까. 난 오래도록 나를 의심해왔고 부정해왔다. 그래서 이제 와서 나를 믿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어렵다. 좋은 사람인 척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계속 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니까 결국, 사랑받고 싶어서 좋은 사람인 척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난 솔직하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실은 그게 솔직하지 못한 걸까봐 걱정이 좀 된다.


번역서도 몇 권인가 나왔다. 기억이 늘 흐리기 때문에 정확히 몇 권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한 두 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실용서, 다른 하나는 교양서. 교양서 쪽 출판사와 앞으로도 계속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의미로는 실용서보다는 역시 교양서 같은 게 내 커리어엔 더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긴 하니까. 소설도 그렇고. 내가 원하는 '역자'의 모습이 이젠 정확히 어떤 건지 조금 흐려지고 있어서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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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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