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Book2008.05.03 11:33
예술은 크게 네 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고전 예술로, 이른바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예술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예술은 우리가 공히 그 가치를 인정하고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예술로서, 우리는 이 고전예술을 이미 검증이 끝난 시대적 유산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예술의 감상을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교양과 정신적 긴장이 요구된다.

두 번째 범주는 통속예술이다. 이 범주의 예술은 대체로 교양수준이 낮고 예술을 하나의 새로운 긴장이라기 보다는 휴식으로 생각하는 계층을 위한 것이다. 이 예술의 감상을 위해서는 어떠한 예비적인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이것들은 단지 소비되기 위한 예술일 뿐이다.

세 번째 예술은 현대예술이다. 현대예술은 매우 난해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대예술은 전통적인─르네상스로부터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표현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그러므로 그 외면적 양식이 상당히 낯선 예술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현대예술은 감각에 호소하기보다는 이념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세계관을 그 주된 표현의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현대예술은 이전 시대와 확실한 선을 긋는다. 그러믐로 현대예술은 우리가 바라보고 느끼는 그 이상의 것─사유와 통찰─을 요구한다. 이것이 현대예술이 지극히 난해한 이유이다. 그러나 현대예술 역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예술에 대한 사변적 태도에 있어 고급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범주가 우리의 주제인 키치이다. 키치는 우산 고급예술을 위장하는 비천한 예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가 키치를 주의 깊게 감상하지 않을 경우 거기에는 고급예술이 일반적으로 지니는 품격과 고귀함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키치가 고급예술과 다른 점은 그 품격과 고귀함이 독창성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상투성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키치는 '모방된 고급스러움'이며 '상투적인 고급스러움'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키치를 바라볼 때 거기에서 허영과 허위의식을 보게 되는 이유다. 즉 키치는 아름다움이나 진실을 추구한다기보다는 아름답게 보이거나 진실인 것처럼 보이기를 추구한다.


조중걸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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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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